특허,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고   영   회

                                                         전 대한변리사회회장  

                                                   현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ymail@patinfo.com

일반인들에게 특허에 대해 물으면, '내가 뭐 특허를 받을 만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랴, 이런 정도론 특허 안되겠지?‘라고 스스로를 낮춰 보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특허는 요건만 만족시키면 주는 것이므로 과학자나 기술자가 아니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누구나 특허를 받을 기술을 만들 수 있다.

특허는 모든 면에서 열세에 있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자기를 지킬 수 있는 방어수단이 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기술을 빼앗아 사업을 한다거나, 중소기업이 먼저 시작한 사업분야에 대기업이 뛰어들어 시장을 빼앗아 버렸다는 얘기를 하면서 대기업의 비도덕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므로 단순히 대기업이니까 하고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기를 지킬 수 있는 상품으로 사업한다면 함부로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개발기술이 신규성과 진보성을 갖춰야 한다.

신규성(新規性, novelty)이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자기가 만들어낸 기술이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잘못 이해하는 분들도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특허권을 얻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어야 한다. 또 자기가 개발한 기술이라도 자기의 기술을 공개해 버리면 그 순간부터 신규성이 없어져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내가 개발했다 하더라도 권리를 신청하기 전에 내가 공개해 버리면 그것 때문에 특허를 받을 수 없다니...!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사실이다. 그래서 특허를 신청하기 전에 일반에 공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진보성(進步性, Inventive step 또는 non-obviousness)이란 신규성이 있는 새로운 기술이라 하더라도 해당 기술분야의 사람이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정도는 넘는 기술, 즉 기술상 어느 정도 진보가 생긴 것이어야 한다. 발전 정도가 미미한 것, 오히려 퇴보한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줄 수 없다. 진보성을 다시 풀어보면, 예전에 사용하기에 불편했던 점을 없애고 더 편리하게, 비싼 것을 싸게, 품질을 더 좋게, 고장은 덜 생기게,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짧게... 이와 같이 예전에 비해 개선효과들이 있으면 대개 진보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

특허요건을 이해하고 되돌아보면 여러분은 이미 특허받을 만한 기술을 많이 개발해 놓고 있거나, 앞으로 발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거리를 오가면서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시라. 이게 왜 이리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지? 이렇게 만들면 훨씬 편리하겠다는 것을 생각했고, 실제 그렇게 만들 수 있다면 이미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발명을 한 것이다. 그것이 시장에서 환영을 받는다면 이미 사업가가 되는 것이고요.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이런 확률이면 당첨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복권 당첨확률은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도 아니다. 복권으로 인생 반전을 기대하긴 곤란하지만 특허는 다르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문제점을 찾고, 그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그 해결책들이 쌓여 시장을 누빌 상품이 나타나면 인생 반전이 시작된다. 인생 반전은 자기의 관심과 노력으로 생긴다. 특허 별로 어렵지 않다. 특허에 느낌이 오는 순간, 세상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