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어떤 손이 아름다운 손인가?
  • 이창주 주간
  • 등록 2022-07-08 11:56:06
  • 수정 2022-07-09 08:45:41
기사수정
  • 바닷가 모래 위에 발자국만 남기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손

내 손바닥에 질병을 유발시키는 3백만개의 세균이 붙어 산다. 이렇게, 무서운 세균을 아주 간단히 처리하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너무 간단해서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의약적 처방이나 방역 등을 시행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오직 정신과 마음가짐에서 해결할 수 있다.

부산송도 해수욕장 어부와 인어 동상(오른발옆에 몰래 버려진 쓰레기)


젊은 시절부터 습관처럼 하던 나의 깨끗한 손 만들기 세가지 행동


첫째, 어떤 사람이 좋은 일을 했다면, 좋은 말을 했다면, 박수 쳐라. 손바닥에 붙은 백만 개의 나쁜 균이 박멸된다.


둘째, 혹시 그 사람이 싫어도 박수를 보내라. 이번엔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나쁜 세균 백만개도 떨어져 나간다.


셋째, 하는 일마다 힘들다고 느낄 때 ‘He comes the Sun` 주문을 걸고 나를 위해 박수 쳐라. 남은 세균도 없어지고 희망의 태양이 나를 비출 것이다.

 

 인간의 손은 많은 것을 창조한다. 그 손의 지시자는 머리속에 있고 손은 실행자일 뿐이지만 창조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손은 점점 오염물질로 덮여지고 만다.  쓰레기 청소하는 사람 손이 없으면 쌓여가는 쓰레기더미처럼..


 필자가 1978년 7월 부산 MBC-FM 개국시절 (FM Radio) 진행자로 활동하던 당시, 방송프로그램 홍보수단이 부족하여 청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회보지(FM-fan)를 격주간으로 발행했다. 그 회보지에 원고청탁이 있어 원고를 제출했다. 기고 내용의 핵심은 ‘거리를 깨끗이 하자’ 였고 방송전파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내용이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를 가끔 생각하게 되는데 개몽주의 시대에 있을 법한 발상같아 조금은 얼굴이 붉어질 때가 있다. “바람이 불면 거리에는 여기 저기 쓰레기들이 옮겨 다닙니다. 누구 할 것 없이 먼저 보는 사람이 치워 준다면 어느 즈음에 거리가 깨끗해지겠지요, 이 방송을 듣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게 해 줄 수 있나요?” 그 때 내 나이 25세였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17년 9월 15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농식품부 주관으로 열린 ‘제 4회 행복 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 정선군 덕우리 마을이 참가하게 되어 마을이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콘테스트 무대에서 마을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도움을 청했다. 평소 마을에 대해 나름 생각이 있었던 터라 주저없이 승락하고 시나리오를 짠 다음 마을 주민 8명을 모아서 7일간 공동체 공간에서 연습을 시켰다.

 대회 당일 전국 각 마을에서 준비해온 것을 보면 정선 덕우리 주민이 준비한 퍼포먼스는 초라함 그 자체였다. 

 현장에서 연습하는 내내 사람들은 슬슬 포기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 “지금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화려한 쑈가 아닙니다. 지금 전국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고 우리 마을도 그러잖아요? 그걸 세상에 알리는 겁니다. 기죽지 말고 연습한 그대로 해요."


결선 당일


 무대에서 입을 의상도 소품도 없다. 마을에 있는 나무를 상징하는 작대기 하나. 전봇대를 상징하는 긴 막대기 하나, 그리고 작은 쓰레기 봉투 2개가 전부였다. 내가 ‘큐 사인’ 보내자 마을 입구에 나무 옆으로 쓰레기 버리는 주민 1, 전봇대 밑으로 쓰레기를 몰래 두고 가는 주민 2, 날이 밝았다는 분위기를 주기 위해 하얀 천을 두사람이 들고 나타나 뒤로 물러 선다. 버려진 쓰레기가 무대 중심에 놓여있다. 주민들 서로에게 ‘누가 마을 입구에 쓰레기 버렸어’ 하며 고성이 오간다.


마을 주민 1

“어제 웃바위 그 집에 팬션손님이 많이 왔더만, 그 집 쓰레기 같은데“


주민 2가 등장
“무슨 소리 하는겨, 순옥이 집에 단체로 손님이 왔던데, 보나마나 그 집에서 내다 버린 거 아냐?”

 

고성이 오가자 구경삼아 주민들이 입구로 모이기 시작한다. 광경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나섰다. 


할머니

“여가 누구 동네야? 내 마을 앞이면 내 집 앞 마당이여, 먼저 보는 사람이 치우면 되는 걸 가지고 ‘정선같이 살기 좋은 곳 놀러 한번 오세요~’ 이렇게 노래 부르면서, 요딴 쓰레기 봉다리 몇 개로 실갱이를 벌이면 안 되지, 그리고 내년에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잖어, 정선도 스키 경기를 하는데 이런짓 하면 안되지”


 마을 주민들 다같이 구호 외치듯 


 “그래 맞아. 먼저 보는 사람이 치우자” 


마을 주민 합창 


“정선같이 살기 좋은 곳 놀러 한번 오세요~” 


 정선아리랑 한 소절 부르며 마무리 했다. 초라한 퍼포먼스가 끝나자 박수치는 사람은 심사위원들뿐이었다 단순하고 밋밋한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없는 수준의 퍼포먼스였다. 연기한 주민들 표정이 어두워 보였고 그 중 한 분은 나를 원망하듯 보면서 “와 저 사람들 준비 엄청 했네요”  다른 지역팀들의 극장쇼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의상과 소품으로 무대를 꽉 채운 모습을 보고 나서다. 후회하는 출연 주민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 날 밤 11시경, 마을 주민 한 사람이 “감독님! 우리마을 상금 2천만원과 은상 받았어요!” 흥분된 전화 목소리 뒤로 축하파티를 벌이는 주민들의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다. 

심사위원들은 주민들의 아름다운 ‘손’과 지시자 ‘마음’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현재 정선 덕우리 마을은 행복만들기 성공사례가 되었다.


 행락철, 전 국토에 쓰레기가 지척에 흩날린다. 쓰레기 버리는 나쁜 손이 없는 365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쓰레기가 가장 많이 버려지는 여름, 특히 해수욕장 주변, 해안가
바닷가 모래 위에 발자국만 남기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맛과 멋 재발견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제작 감독  

이창주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많이 본 뉴스
게시물이 없습니다.
dummy_banner_2
dummy_banner_3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