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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러면 저 죽습니다.”
  • 곽영승 행정학 박사 / 언론인
  • 등록 2022-08-03 04:50:57
  • 수정 2022-08-03 07: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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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럴 수가! 아이 감시위해 방마다 카메라 설치한 어머니

 

 이럴 수가

아이 감시위해 방마다 카메라 설치한 어머니 

아이는 오히려 어머니 속이고 학원 빠져

 

곽영승 전언론인/행정학박사 

yskwak1234@hanmail.net


 1 남자아이. 아버지는 대기업 중간간부, 어머니는 약국을 운영했다. 집은 상당히 부유했으나 부모 모두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형은 고3으로 공부를 잘하는 편이다

 영어학원에 1주일에 두 번 나오게 돼 있지만 1주일에 한번 나왔다. 어머니에게는 학원에 간다고 하고 친구들과 놀거나 PC방에서 게임을 했다. “너 학원 제대로 안 나오면 어머니에게 말씀드린다. 제대로 나와라” “선생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러면 저 죽습니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학원을 순례했다.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었던 부모님은 아이가 거리를 헤매지 못하도록 학원에 붙잡아둔 것이다. 중학생이 되면서 아이가 약간 엇나가자 부모님은 집의 방마다 감시카메라(CCTV)를 설치했다. ‘아이가 죄인인가? 도둑놈인가?’ 아이를 감시하기 위해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하다니! 부모님은 휴대전화로 아이가 방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다 볼 수 있었다. 아이의 게임과 텔레비전 시청을 막기 위해서였다

 아이는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게임도 못하고 텔레비전도 못보고 오로지 공부하는 기계로만 살아야 했다. 어른들도 이런 생활은 못한다. 미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아이는 부모님에게 엄마 아빠 너무한 거 아니에요.”라고 대들었으나 카메라를 떼지는 못했다. 두 번째 기막힌 일. 어머니가 학원에 전화해 선생님 우리 아이 성적이 생각만큼 올라가지 않네요.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 2분 만 갔다 오라고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상황에 따라 2분 이상 걸릴 수도 있는데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통제하다니

 

 아이는 가끔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봤으나 그것도 못하게 됐다. 그러자 어머니를 속이고 아예 학원을 빠진 것이다. 살기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학생은 아마 큰 사고를 쳤을지 모른다

 이 아이는 학원에 4~5개월 정도 나오다 말았다. 공부를 안 하니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성적이 오르지 않자 어머니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스파르타식 학원으로 보낸다고 했다. 스파르타식 학원? 집과 학교, 학원만을 뺑뺑이 도는 어린 학생이 잠시도 쉴 틈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끓는 피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건 교육도 훈육도 아니다. ‘무모한 사육이라면 과한 표현인가? 좀 더 지혜로운 방법이 있었을 텐데 엘리트 부모님들이 어찌 이렇게까지 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

 

 

놀고 웃어야 성공한다


 요즘 아이들 대부분은 독서, 운동, 놀이를 못하고 산다. 인생초기에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아이에게서 이 세 가지를 빼앗느니 차라리 공부를 포기하는 게 좋다. 미국 소아과협회 케네스 긴스버그 박사는 놀이가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고, 부모와의 관계를 좋게 하고, 아이의 인지능력과 지능 발달을 촉진한다.”고 했다.

 운동을 하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혈액량이 늘어나 기억력이 좋아지고 추론 문제해결력 집중력 추상적사고 등이 개선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흥미를 느끼는 것, 작은 것부터 스스로 하도록 하면 행복호르몬인 도파민이 분출되고 성취감을 느낀 아이는 도전욕구를 불태운다

 놀면 우뇌가 활성화한다. 즐겁게 일하거나 공부하려면 놀아야 한다. 웃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여주고 면역시스템을 강화한다. 세계적 기업들이 회사 내에 웃음클럽을 운영하는 이유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인생을 배운다. 놀이터에서 친구랑 놀다가 저녁때가 되면 배가 고파 집에 가고 싶은 데 친구가 더 놀자고 한다. 이 때 친구를 버리고 집으로 가는 것은 제대로 논 것이 아니다. 배고픔을 참고 친구와 놀아주는 것이 잘 노는 것이다. 이러면서 배고픔을 참는 인내심, 친구에 대한 배려와 성실성, 놀이에 대한 집중력 등을 얻는다

 어린 시절 자극 없는 환경에서 자라면 훗날 자신을 변화시킬 유연성이 부족해진다. 학습 잠재력도 떨어진다. 경험과 자극이 부족하면 뇌세포의 성장이 지체되고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데 필요한 해마 같은 뇌 영역이 새로운 뇌세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한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고 성공을 규정하지 말라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경험이 있어야 주체적인 어른으로 성장한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흔쾌히 받아들여야 아이가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 비판을 받으며 자란 아이는 책임감을 배우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비판한다. 이런 아이는 자신감이 없어지고 다른 사람을 불신하고 비관주의자가 된다

 “이번 시험에서 길동이를 이겼어요” “그래! 고생했네.”고 하면 된다. 굳이 그렇게 다른 애랑 비교할 것 없어. 너만 잘하면 돼라고 말할 것까지는 없다. 경쟁심, 라이벌의식은 성장에너지다

 휴대전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긴 탯줄로 아이들의 독립심을 가로막고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지장을 준다. 아이가 바라는 것을 부모가 꺾어 버리면 아이는 그대로 수긍하는듯하나 의욕을 잃거나 점차 반항적으로 바뀌기 쉽다. 위에 소개한 학생이 딱 이런 경우다

 어른들은 한계와 조건, 제약을 만들어 놓고 아이에게 그 안에서 꿈꾸게 한다. 그냥 부부가 함께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자녀양육의 기본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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