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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천국은 어디일까?
  • 김석주 국장
  • 등록 2022-12-01 00:15:07
  • 수정 2022-12-01 23: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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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 튀르키예 여행 

 

튀르키예 여행 4일차 (지중해 휴양도시 페티예)

 


                   ☞ 일정 : 파묵칼레 ⇒ 페티예, 카야쾨이 마을

 

 이른 아침 파묵칼레...소박한 마을과 호수 그리고 열기구와 석회층 

 

오늘은 환상적인 석회층과 히에라폴리스 유적이 있는 파묵칼레를 떠나 남부 지중해의 휴양도시 페티예로 이동하는 날이다. 평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파묵칼레 마을 중앙에 있는 조그만 호숫가와 석회층 아래의 마을 주변을 거닐어본다. 해가 떠오르더니 어느덧 어둠이 가시고 열기구가 떠오르는데 소박한 마을과 호수 그리고 언덕의 석회층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 아늑한 행복감을 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삶의 흐름에서 늘 우리는 초조함과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며 삶의 여유와 낭만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나누었던 크리스마스카드의 그림 중 함박눈이 내리는 산골 오두막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림이 참 많았는데 아마 가족이 나무를 때우고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정답게 이야기하는 사랑이 넘치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자그마한 석회층 언덕에 올라 마을을 내려보며 갑자기 크리스마스카드의 풍경이 생각난 것은 역시 아침 풍경이 주는 신선함과 포근함 때문이었으리라. 

 

 파묵칼레의 일출

 

숙소로 돌아와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아침을 즐긴다. 숙소는 가족이 운영하는 조그만 부티크 호텔인데 멋진 인테리어에 서비스도 좋고 아담한 수영장 옆에서 먹는 조식도 매우 만족스럽다. 큰 원형 쟁반에 다양한 반찬이 담겨 제공되며 다른 음식은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는데 식욕을 주체할 수 없다. 여행 일정 내내 풍족한 조식을 즐기고 점심은 간단히 그리고 저녁은 대부분 숙소에서 직접 해결하다 보니 여행경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었는데 어쨌건 거의 모든 숙소의 아침 조식은 꽤 훌륭하다. 

 

 파묵칼레 숙소의 아침 식사... 기본 반찬 이외의 식사는 뷔페로 제공된다.

 

페티예로 가기 위해서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돌무쉬를 타고 30분 거리의 데니즐리로 이동하여 다시 대형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여름철에는 인기 노선이라 매진될 수 있으므로 표는 미리 구입하는 것이 좋다. 데니즐리에서 페티예까지는 버스로 4시간 이동하는데 좌석이 안락하고 색다른 풍경을 보며 가는 과정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페티예]는 안탈리아와 함께 지중해 최고의 휴양지로 동서로 길게 뻗은 산이 만들어주는 만은 천혜의 항구도시로서 조건을 완벽히 갖추었으며 빽빽이 정박한 요트는 휴양지로서의 명성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욀뤼데니즈]로 대표되는 페티예의 해변은 지중해에서 가장 예쁘고 인상적인 곳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튀르키예 최고의 해변으로서 이곳에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은 인생 최고의 경험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알프스와 히말리야 그리고 이곳 페티예 해변이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만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환상적이다. 아울러 주변의 고대도시를 돌아보는 기점이기에 페티예를 빼고는 지중해 여행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이다. 

 

 페티예 항구

 

특히 하절기에는 페티예에서 보고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최소 3일 이상은 배정해야 한다. 페티예 시내에서 1박, 돌무쉬로 40분 거리의 [욀뤼데니즈 해변]에서 2박은 페티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이다. 페티예 시내는 그렇게 크지 않아 충분히 도보로 다닐 수 있으나 숙소가 밀집된 카라괴즐레르 지역과는 약 1km정도 떨어져 있어 걷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럴 때는 자주 다니는 돌무쉬를 이용하자.

 

파묵칼레를 떠난 버스가 오후 2시쯤 페티예 오토가르(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성수기 인기 휴양지의 오토가르! 예상대로 사람들이 넘쳐나고 차량이 몰려 다소 혼잡하다. 시내와 조금 떨어져 있어 마을버스(이하 돌무쉬)를 이용해야 하는데 낯선 곳에서 캐리어를 끌면서 정류장을 찾고 노선을 확인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과감히 택시를 탄다. 입구에 택시 승차장이 있는데 흥정이 아니라 미터 요금제이고 합리적인 가격이어서 부담이 없다. 숙소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하루 잠만 자고 다음 날 보트 투어 다녀온 후 [욀뤼데니즈 해변]으로 이동하여 즐기기로 계획했던 터라 여행경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좋은 위치의 저렴한 호스텔을 예약했었는데 항구 근처의 시장 골목에 있어서 편의시설이나 쇼핑할 곳이 많고 걸으며 문화 체험하기 좋아 만족스럽다.

 

 재래시장 안에 있는 숙소 – 오른쪽에 호스텔이 있다. 

 

오늘의 일정은 내일 출발할 [12섬 보트 투어]를 예약하고 예전에 그리스인이 살던 마을인 [카야쾨이]에 다녀오는 것이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항구를 따라 길을 걷는다. 긴 부두에는 보트며 요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데 중간중간 부스를 마련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동남아의 여느 휴양지와 같지만 모객을 하지 않는 여유로움이 넘쳐 걷기에 편하다. 항구의 선착장 바로 옆으로 걷기에 편하도록 인도가 있고 그 옆으로는 식당 및 상점, 광장 그리고 공원 등이 길을 따라 잘 조성되어 있어 걸으며 페티예의 분위기를 느끼기는 매우 좋다. 

 

항구 길을 따라 걷는데 한 백인 중년 여성이 보트 투어 모집 부스에 앉아 책을 읽고 읽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발길을 멈춘다.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책을 보는 분위기가 좋아서 [12섬 보트 투어]에 대해 문의하니 250리라(≒19,000원)라고 한다. 하루종일 배를 타고 나가서 아름다운 섬과 깨끗한 바다를 돌아보며 바다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고 점심까지 먹는 비용이 20,000원이 안 된다니 이곳이 여행자 천국이 아니면 어디일까? 

 

맑은 지중해의 도시 페티예와 [욀뤼데니즈 해변]은 투어 상품이 다양하기로 유명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패러글라이딩과 페티예에서 출발하는 12섬 보트 투어, 욀뤼데니즈에서 출발하는 보트 투어이다. 보트 투어는 보통 아침 10시 30분쯤 출발하여 저녁 17시 30분쯤 도착하는 상품으로 인근의 여러 섬이나 경치가 뛰어난 해변을 돌아보고 투어 도중 바닷물이 깨끗한 스노클링 포인트에 들려 바다 수영을 즐기는 것으로 점심이 포함된다. 점심은 예약할 때 생선 또는 치킨을 정하고 나머지는 뷔페인데 충분히 먹을 만하다. 

 

 12섬 투어의 보트 위에서 

 

표를 구입하고 일명‘유령도시’라고 불리는 [카야쾨이]로 가기 위해 돌무쉬 정류장 방향으로 항구의 산책길을 따라 걷는데 길이 아기자기하게 잘 조성되어 있어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돌무쉬 정류장은 페티예 시내의 중앙 도로인 아타튀르크 거리의 동쪽 끝부분에 있어 숙소의 위치에 따라 돌무쉬를 탈 것인지 걸을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웬만한 거리는 걸어도 무리가 없다. 이슬람 사원인 [예니자미] 바로 뒤쪽에 있어 찾기 쉽다. 이제는 상식이지만 해외여행을 할 때의 필수품은 “구글지도”이다. 간단한 활용법을 알기만 하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지 찾을 수 있는 보물 지도와 같은데 구글지도 없는 해외여행은 이제는 상상하기 어렵다. 

 

정류장에는 주변의 여러 마을로 출발하는 돌무쉬가 있으며 앞 유리에 행선지를 걸어놓아 확인하고 여행자는 현금으로 기사에게 내면 된다. 페티예 남쪽 약 7km에 있는 [카야쾨이]는 주민이 모두 떠나 폐허가 된 곳으로 산 중턱을 돌아가며 빼곡하게 자리한 집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돌벽만 남아있는데 비교적 보존이 잘 되어있어 걷기에 좋고 텅 빈 마을이 주는 적막감이 의외로 매력적인 곳이다. 

 

 카야쾨이 전경

튀르키예와 그리스의 전쟁 이후 주민 교환에 따라 이곳에 살던 그리스인들이 강제로 떠난 후 빈 마을이 되었는데 비교적 보존이 잘 되어있고 교회 뒤편 언덕을 올라가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지면서도 아련한 전경이 펼쳐진다. 자료를 찾아보니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람들이 살아왔던 마을로 한때는 이천여 호의 주택과 6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휑하니 남은 폐허를 보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떠나질 않는데 조상 대대로 좁은 돌담길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터전이자 고향을 강제로 떠나야 했을 때의 슬픔과 절망이 필자의 마음에도 전해져 아련하고 뭉클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카야쾨이 골목길

 

필자에게 [카야쾨이]가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골목길이다. 돌이 깔린 지금은 너무도 한적한 굽이굽이 골목길을 걷다 보면 문득 옛날의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이 골목길을 따라 어른들은 일터로 가거나 이웃집으로 놀러 가고 아이들은 이 길을 뛰어다니면 놀기도 하고 학교도 다녔으며 주말이면 가족들이 함께 교회도 갔을 것이다. 골목길의 바닥에 깔린 번질번질한 돌들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길을 지나갔을지 짐작된다. 돌로 된 집터와 묘하게 어울리는 정감 있는 골목길을 걷는데 문득 기억의 한 구석에 꼭꼭 저장되어 있던 어린 시절 살던 삼양동 달동네가 떠오른다. 지금 보면 참으로 열악했던 삶의 여건이었지만 즐거움과 행복감이 충만했던 시절이었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은 부모님의 몫이었겠지만 말이다. 

 

 카야쾨이 골목길

 

인터넷에서 찾은 가요〈골목길〉의 가사가 마음에 다가온다. 

 

내가 살던 작은 동네 / 뛰어 놀던 작은 집

그땐 참 넓게만 느껴지던 / 아주 작은 골목길

지름길을 찾아 헤매던 / 작고 볼품없던 아이

그땐 참 멀게만 느껴지던 / 학교 가던 골목길

 

하늘에서 떨어지던 / 별똥별을 보던 밤

주먹을 불끈 쥐고 /유치한 소원 빌던

참 순진한 녀석이던 / 참 작던 그 아이

이제는 손을 뻗어봐도 / 닿을 수 없는

다시 돌아갈 순 없네 /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가끔 내 삶이 버거울 때면 /생각나는 그 골목길

 

내가 살던 작은 동네 / 뛰어 놀던 친구들

그땐 참 넓게만 느껴지던 / 아주 작은 골목길

동생 손을 꼭 붙잡고 / 놀러 가던 그 아이들

그땐 참 멀게만 느껴지던 / 외할머니 살던 집

 

하늘에서 떨어지던 / 별똥별을 보던 밤

할머니 집 옥상에 누워 / 끝없는 꿈을 꾸던

참 순진한 녀석이던 / 참 작던 그 아이

이제 더는 그리워해도 / 닿을 수 없는

 

다시 돌아갈 순 없네 /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가끔 내 삶이 버거울 때면 / 생각나는 그 골목길

그 골목길 / 그 골목길

 

 누구나 걷는 길에서 답을 얻지 못하면 아무도 걷지 않는 길에서 답을 얻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설〈오만과 편견〉에서 여주인공은 그 시대의 여성들이 걸으려고 했고 또 실제로 걸었던 오만과 편견의 길에서 벗어나서 진실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길을 찾았고 그래서 자기의 삶을 이루었다. 어느덧 우리 대부분은 크고 넓은 길에서 길을 잃고 때로는 힘들어한다. 그래서 때로는 샛길을 걸을 필요도 있고 때로는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홀로 걸을 때도 있어야 한다. 칸트는 매일 오후 3시 30분에 사색하는 산책을 했고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곳곳에 산책하는 길을 만들었다. 루소도 그의 친구가 감옥에 갇혔을 때 면회하러 가는 매일의 시간을 사색하는 산책의 시간을 가졌다. 

 

[카야쾨이]의 골목길을 걸어보자. 걷는 것 자체가 바로 여행이다. 길을 따라 뒤편 언덕을 올라가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앉아서 고요한 마을을 바라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언덕의 정상에서 반대쪽으로 조금 더 가면 [욀뤼데니즈 해변]의 명품 해변 블루라군까지 2시간 30분 정도 내리막길로 트레킹이 이어지는 데 걷기 좋게 보이지만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하며 내려온다. 페티예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만나는 시골 노인의 호기심어린 눈빛에 살짝 미소를 지으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는 순수함이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카야쾨이 마을 언덕을 오르면 –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고 오른쪽 길을 따라 명품 해변 블루라군까지 내리막길로 트레킹이 이어진다.

 

돌무쉬 정류장에 내려 숙소까지는 약 1km 정도. 항구의 빽빽이 들어선 보트 선착장과 공원과 식당가 옆으로 잘 조성된 보도를 따라 걸어가기로 한다. 때마침 저녁 먹을 시간, 노상에 탁자에 앉아 간단한 식사에 에페스 맥주를 곁들이며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러나 짝을 두고 홀로 온 여행이 허전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맥주 한잔에 외로움을 달래며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가 재래시장 안에 있어 둘러보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맥주 한잔 더하는 곳이 있다. 그래. 한잔 더.... 

 

 페티예 시장 뒷골목에서 시원하게 맥주 한잔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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