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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보존과 철거의 갈림길 — 지우기보다 살릴 길을 묻다 —
  • 해덕 창주
  • 등록 2026-06-01 03:03:19
  • 수정 2026-09-21 02: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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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천억 원의 세금으로 세운 올림픽 유산을, 우리는 정말 이렇게 지워도 되는가.
  •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을 둘러싼 논란은 철거와 복원의 선택을 넘어, 공공자산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역사 인식


특집 연속 기획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보존과 철거의 갈림길


제1부
— 
지우기보다 살릴 길을 묻다 —

 

수천억 원의 세금으로 세운 올림픽 유산을, 우리는 정말 이렇게 지워도 되는가.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을 둘러싼 논란은 철거와 복원의 선택을 넘어, 공공자산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역사 인식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투데이스타’는 이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4회에 걸쳐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과 제안을 차례로 싣는다.

                    

-이범창 한민족종교인협의회장 -특별기고문-

해월(海月)의 굽이진 길에서 가리왕산의 내일을 묻다

 

이범창 회장은 정선 가리왕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상생의 길을 찾지 않으면 더 큰 사태로 번질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면서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줬다. 아래 기고문.

(사진 : 이범창 한민족종교협의회 회장)

130년 전 최시형 선생이 넘던 그 능선, 2018년 은빛 함성 지나...이제는 '공존'을 말해야 할 때 이며

-올림픽 유산의 흔적을 품은 가리왕산은 철거의 대상이 아니라, 역사와 상생의 해답을 찾을 장소-
 

“정선은 단지 아름다운 산세를 품은 고장이 아닙니다. 이곳은 동학 제2세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살아 있는 역사 현장입니다. 동학을 말살하려 했던 혹독한 탄압 속에서, 수많은 동학도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험준한 능선을 넘고 또 넘어야 했습니다. 해월 선생 역시 중왕산, 청옥산, 주왕산, 백운산, 가리왕산 일대의 첩첩한 산줄기를 따라 정선에 이르렀고, 화암면을 비롯한 이 일대는 고난과 수행, 그리고 민중의 신앙이 스며 있는 귀한 역사 공간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바로 그 가리왕산을 두고 또 하나의 갈림길 앞에 서 있습니다. 2018 동계올림픽 알파인 경기장이 세워졌던 그 자리를 철거하고 복원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공존의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정부기관과 주민, 여러 주체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대립을 보며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밀어붙이기입니까. 아니면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사람의 삶을 함께 살리는 상생의 길입니까.

관군의 추적을 피해 정암사 뒤편 약 1,800미터 지점에 자리한 ‘천도교 제2세 교조 해월신사 독공지’ 비석은, 이 산이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우리 정신사의 한 장면을 간직한 장소임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석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고, 탄압을 피해 화암면에서 은거하셨던  박씨 부인이 '돌아 가신 곳' 이며, 정선출신 역사 소설가 (고) 강기희 작가는 "정선은 동학도들이 관군들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여러 능선을 타고 많이 피신해 오신 지역입니다."라고 영화 '아! 꽃이여 별이여' 제작진에게 증언 바 있다고 들었습니다. 역사의 흔적은 한 번 사라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무너지는 것은 돌 하나, 터 하나가 아니라 우리 공동의 기억이며 정신적 뿌리입니다.


동학 탄압의 와중에 해월 선생과 동학도들이 넘나들었던 정선의 1,000미터 능선들 속에서 가리왕산 역시 결코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최근 다시 찾은 가리왕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중봉에 올라 2018년 동계올림픽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 제 마음은 착잡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철거와 복원을, 다른 한쪽에서는 존치와 활용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현장에서 제 마음을 울린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었습니다. 한 주민의 소박한 한마디였습니다.

'선생님, 정상에 가보면 구름 위에 떠 있는 하늘길입니다. 케이블카가 있으니 나이 들어도 1300고지까지 올라올 수 있고, 평탄한 능선을 활용해 산책길을 만들면 얼마나 좋겠어요? '


저는 그 말 속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보았습니다. 파괴와 철거, 원상복구와 재훼손의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이미 상처 입은 이 공간을 어떻게 하면 더 지혜롭고 더 인간적으로 살려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이미 훼손된 자리를 다시 뒤엎어 또 다른 2차 훼손을 감수하는 것이 과연 자연을 위한 길인지, 다시 깊이 물어야 합니다. 더구나 그 자리에 국가정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 역시 또 다른 인위적 개입과 상처를 부를 수 있다면, 우리는 한 번쯤 멈춰 서서 정말 무엇이 자연과 사람을 위한 길인지 숙고해야 합니다.


동학의 높은 가르침 가운데 하나는 ‘천지만물이 나와 둘이 아니다’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자연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가리왕산을 둘러싼 논의 또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살아남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역사도 살리고, 자연도 살리고, 주민의 삶도 살리는 길. 그것이야 말로 오늘 우리가 이 산 앞에서 찾아야 할 해답입니다. 

 
가리왕산 정상에 올라 바라본 풍광은 장엄했습니다. 하늘에 닿는 듯한 그 길은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치유와 성찰의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케이블카와 평탄한 능선을 활용해 걷기 길과 힐링 로드를 조성한다면, 젊은이들뿐 아니라 노인과 장애인, 가족 단위 방문객들까지도 이 산의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관광상품이 아니라, 역사와 자연, 주민과 방문객을 잇는 상생의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 한 걸음씩 물러서야 합니다. 관련기관, 단체는 주민의 목소리를 더 깊이 듣고, 주민 역시 지역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 속에서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무조건 철거도, 무조건 존치도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가리왕산은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대립으로 이 산에 다시 상처를 입힐 것인가, 아니면 상생의 지혜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 


역사는 사라진 뒤에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자연은 한 번 깊이 상처 입으면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주민의 삶 또한 외면당한 채 지속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숙의이고, 강행이 아니라 대화이며, 대립이 아니라 상생이며 가리왕산의 올림픽경기장은 철거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역사이고, 자연이며, 미래입니다.”

 

(사진: 가리왕산 케이블카 종점역 전경)


정선군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게시된 현수막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합의점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아 보인다.

  

■ 험준한 구도의 길, 이제는 누구든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다

130여 년이 흐른 지금, 해월 선생이 짚었을 그 험준한 산맥을 이제는 케이블카를 타고 중봉에 올라서면 2018년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동계올림픽 알파인 경기장의 장쾌하게 펼쳐진 풍광을 즐길 수 있고, 은빛 설원을 가르던 선수들의  전시된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숨 가쁜 당시의 함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발아래 펼쳐진 풍경은 그 찬란했던 기억과는 달리 무거운 침묵과 갈등에 휩싸여 있다. 올림픽의 유산을 지우고 자연으로 되돌리자는 ‘전면 복원’의 외침과, 수천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 시설을 활용해 지역의 미래를 열자는 ‘존치’의 두 소리를 하나로 묶을 수 없을까?


■ 역사는 흐르고, 산은 답을 알고 있다

해월 선생의 흔적을 톺아보며 단순히 ‘복원으로 지켜야 할 자연’ 혹은 ‘이용해야 할 시설’이라는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면 가리왕산이라는 거대한 자산을 어떻게 더 가치 있게 후대에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풀 수 있고


■ 대립을 넘어선 제3의 길, '상생의 정원'을 향해

현재 정선군은 이 갈등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국가정원’에서 '산림형 국가정원 조성'으로 추진하고 있다.이에 더하여 국제규격으로 이미 검증된 올림픽의 역사적 가치와 가리왕산의 생태적 복원, 그리고 주민들의 생존권을 하나로 묶어 내는 ‘제3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학의 정신이 깃든 고귀한 역사의 산이자 세계인이 하나 되었던 올림픽의 성지인 가리왕산은 이제 대립의 전장이 아닌,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싹틔우는 장소로 해월 선생이 걸었던 그 굽이진 능선 위로 이제는 해묵은 갈등을 털어 내고 새로운 상생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원주민의 탄식

 

김낙곤 씨는 숙암 주민 중 유일하게 신분을 숨기지 않고 마을 주민의 목소리를 담아 외부로 전하고 있다.

 

“숙암 주민들 대부분 동절기 4개월간 밀어 둔 농사일을 몰아서 해야 하니 하루가 25시여도 부족한 판에,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올림픽 경기장 철거라든지 국가정원이니 하는 것은 관심 밖의 일이었지요.” 

 김낙곤 대책위원장 (정선 숙암 거주,66세)


숙암 경기장 주변 주민들 대다수는 자초지종을 알고 난 뒤, 올림픽 경기장 준비 과정부터 철거에 이르기까지 정선군 관계자와 산림청이 그동안 수십 번 회의를 했다고 하지만 마을 주민들을 철저히 투명인간 취급해 왔다는 사실에 하나같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한다.


 15년 전 이곳으로 귀촌한 김낙곤 씨는 비록 뒤늦게 마을에 정착했지만,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을 둘러싼 갈등을 지켜보며 원주민의 권리가 무시되고 외면당하고 있음을 절감하면서 그는 주민들의 생계는 물론 거주 환경까지 바뀔 것을 걱정한 끝에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경기장 시설이 들어서기 전부터 철거가 진행 중인 현재까지 원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나 사업설명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드시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그는 ‘정선알파인경기장 기습 철거 중단 요청 및 산림청·정선군의 위법·부당한 행정에 대한 주민 고충서’를 국민신문고에 올리겠다고 한다.


 마을 주민 김00(여, 75) 씨는 “이제 와 늦었다고 생각하지만서도요, 뭘 할 때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추진했다고 생각해요. 여기 누구 한 사람도 들은 바 없다니까요. 시설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뭔 좋은 일이 있을라나 그렇게만 생각했지, 저렇게 먼지 내고 철거하는 소리 내가며 철거할 줄은 아무도 몰랐지요. 그런 일이 있기 전에 마을 주민들한테 ‘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합니다.’ 이런 말도 없었고 또 우리가 생각할 때 2천억 원이나 들여서 만든 것을 철거한다고 생각했겠냐고요? 그 돈 누구 개인 돈인가요? 아니잖아요? 오늘처럼 사방천지에 현수막이 걸리고, 여기를 지나가는 관광객이 저런 걸 보면 무슨 생각하겠어요? 동네 시끄럽게 서로 싸움질해 댄다고 하지 않겠어요?”
 

(사진: 정선군 사회단체연합회 현수막)

 

숙암 원주민은 정선읍 번영회에서 내건 현수막을 보고나서야 그동안 관련 논의가 이어져 왔음을 알았고, 여기에 한국스키협회의 경기장 존치 주장을 듣고 나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김낙곤(숙암 원주민 대책위원장) 씨는 “사태가 워낙 심각한 것이어서 저희 원주민도 더는 참을 수 없어 함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지요. 처음부터 저희 마을 주민을 완전히 투명인간 취급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단독 처리할 수 없죠. 우리가 반대만 하겠습니까? 좋은 것이 있으면 좋게, 그렇지 않은 것은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배척당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잖습니까?” 


(사진: 숙암 원주민이 내건 현수막)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세계 3대 경기장


세계 3대 경기장으로 꼽힐정도로 해외에 더 많이 알려진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철거와 관련하여 윤강로 스포츠외교 연구원장이 이번사태와 관련하여 언급해주신 전문을 공개한다. 이하. 

 

(사진: IOC 위원장 재임시 토마스 회장과 윤강로 스포츠외교연구원장)

 

윤강로 원장에 따르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상징적 무대였다. 그는 “정선 경기장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국제 규격의 경기 인프라가 드물게 조화를 이룬 사례”라며 “해외 올림픽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그 가치가 높게 평가돼 왔다”고 전했다. 

 

(사진: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최적의 자연친화적 경기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철거 소식이 외부에 알려진 뒤에도 IOC 및 국제 스포츠계 인사들로부터 정선 경기장의 현황을 묻는 연락이 이어졌다고 한다. 윤 원장은 “철거가 기정사실처럼 알려지면 국제사회에 다시 설명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든다”며 “만약 존치 결정이 번복되더라도 그만큼 홍보와 대회 유치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진: Thomas Bach 직전 IOC위원장 및 Kirsty Coventry 현 IOC위원장과 함께)

 

윤 원장은 특히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단순한 과거의 올림픽 시설이 아니라, 앞으로도 활용 가능한 국제 스포츠 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선 알파인 스키장은 경관과 코스, 접근성, 상징성과 기술적 탁월함을 두루 갖춘 세계 최상위권 경기장”이라며 “국제 알파인 대회는 물론 각종 동계 스포츠 이벤트 유치 경쟁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면 철거와 전면 존치가 정답처럼 맞서는 지금,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핵심 경기 시설은 보존하고 그 하부 공간에는 국가정원 또는 산림형 정원을 조성하는 방식”이라며 “올림픽 유산을 살리면서도 복원 가치를 함께 반영하는 절충안이야말로 지역의 미래와 국가적 자산 활용 측면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이라 고 밝혔다.


윤강로
스포츠외교연구원장.
IOC 국제올림픽위원회 문화 및 올림픽 헤리티지 위원.
FICTS 세계스포츠영화제국제연맹 특임대사.
 IOC 쿠베르탱메달 수상자
.

 

        

친목회를 통해 우리다움과 팔도 강산 찾아다니며 걷기를 매주 진행하고 있는 기술사·변리사인 고영회씨의 아쉬움은 남달랐다. 

                                    

                                                       (사진: 고영회 서울 서초동, 67)

“국가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시설물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공공자산으로서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요즘 정선의 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숙암의 가리왕산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한 번의 행사를 위해 그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국가가 만든 시설이란 본래 그런 식으로 쓰고 버리는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 더더구나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세계인의 기억 속에 남은 장소이기 때문에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역사가 새겨진 공간을 쉽게 헐어버리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영화 한편을 찍고도 촬영현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시대 아닌가. 하물며 수많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국가 시설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나는 지어진 시설물이 정말 흉물이 아닌 이상, 보존하고 활용하는 쪽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공공시설은 단지 눈앞의 효율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라, 역사성과 상징성, 그리고 미래 활용 가능성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정선의 가리왕산은 앞으로도 내외국인이 찾아올것이며 올림픽의 기억을 되새길 수 있는 풍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특히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리왕산의 풍경과 올림픽의 역사성을 함께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어지기를 더욱 기대한다. 단순한 체육시설을 넘어, 자연과 역사, 휴식과 체험이 어우러진 장소로 살려낸다면 그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정책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이미 국가가 큰 비용을 들여 만든 시설물을 다시 철거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더 잘 살리고 활용할 것인가를 찾는 일이다.”

 


                                                서현실 서울 우이동 거주 (한국화가 62세)


"지난 겨울 가족여행으로 2018 동계올림픽 알파인 경기가 열렸던 정선 가리왕산을 찾았다. 아름다운 자연경관 속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현수막들이었는데, 스키장을 철거해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올림픽 유산으로 경기 시설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음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여행객의 입장에서 지역 사정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이러한 논쟁을 바라보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단체 간의 상반된 주장만 드러날 뿐, 정작 이곳에 터전을 둔 주민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들리지 않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움과 갈등이 새긴 현수막 대신 화합의 깃발이 날리는 모습이 어서 오길 기대합니다."
                                                   

  


-숙암 주민 엄익만 씨는 왜 분노했나-

 

(사진: 엄익만 숙암 거주 (72세)

 

“황당하지요. 이건희 회장인가 그분이 여기 헬기 타고 나타났지요. 많은 사람들이 환영 박수 치고 그러던데 저는 영문을 몰라 박수를 치지 않았어요. 그런데 공무원인가는 모르 겠지만 어떤 분이 ‘왜 박수 안 쳐요?’ 하고 묻더라고요.” 

엄익만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하면서 “어떤 분이 큰소리로 ‘여러분들이 힘을 보태 주셔야 여기 스키장이 들어서고, 스키장만 들어서면 자손만대 먹고살 수 있습니다.’ 그때 그분이 하신 그 말이 아직도 제 귀에 선명해요.”


철거 현장을 보면서 엄익만 씨는 원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 한 번 없이 일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할 때가 아니라며 분개하고 있다. 엄익만 씨는 알파인 경기장 조성 초기부터 현재까지 어떤 일자리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숙암 경기장 주변 원주민을 대상으로 취재를 위해 성함을 묻자 주민 대부분은 “안 돼요. 내 이름 공개하지 말아요. 나중에 일감이라도 안 주면 어떡해요?”라고 말했다. ‘국가정원’을 정선군이 중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므로 여론을 분산시키는 언행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기에 국가정원을 추진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업체들로부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주민 김00(여, 75세)의 말이 왠지 서글프게 들려왔다.

 

“왜 박수 안 쳐요?”

 

엄익만(72) 씨는 2011년쯤으로 기억하며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모이라고 해서 모였는데 (지금의 호텔 자리 부근) 헬기가 굉음을 내며 착륙할 때 사람들이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인데 박수 치고 그래요. 이건희 회장인가, 그분이 헬기 타고 왔는지 나타났어요. 저는 영문을 몰라 박수를 안 쳤지요. 그랬더니 공무원인지 누군가가 와서 ‘왜 박수 안 쳐요?’”


그날, 현장에는 박수와 환호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덧칠하는 말도 함께 쏟아졌다.

 

“여러분이 힘을 보태 주셔야 스키장이 들어서고, 스키장만 들어서면 자손만대 먹고살 수 있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엄씨는 그 말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지금의 실망과 분노가 컸음을 토로했다.

 
 “올림픽 경기가 끝난 지 하마 십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숙암 주민을 위해 생긴 일자리 하나 없어요. 생활에 보탬이 된 게 뭐가 있어요? 없지요. 그것도 그거지만 원주민이라 되는 줄 알고 이력서를 넣었지만 나이가 많다고 퇴짜 맞았어요” 비록 자신의 개인 감정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철거 현장을 바라보는 엄씨의 마음은 누구보다 착잡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경기장이 들어설 때도 주민들은 주변부였고, 철거가 진행되는 지금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을 상대로 한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일이 강행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원주민은 환경단체, 산림청과 정선군이 끌고 가는 방향으로 이끌려가는 것 아닙니까?” 라며 분개했다.  엄씨는 알파인 경기장 조성 초기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현재 경기장 철거 현장 주변에 있는 개인 소유지를 빌려 벌통을 놓고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왜 실명 밝히기를 꺼리고 얼굴 공개를 거부할까?


취재진이 주민들에게 “성명을 밝혀도 되느냐”고 묻자, 많은 주민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나중에 일감이라도 안 주면 어떡해요?”

이 짧은 응답 속에 숙암 원주민들이 느끼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불만은 있지만 드러내지 못하고, 말하고 싶어도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현실, 개발의 이익과 행정의 방향이 주민의 삶 위에 놓여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밭에서 일하고 있던 원주민 김00(여, 75) 씨도 인터뷰에 응했지만 실명과 얼굴 노출을 거부했다.


 “아이구 그거 몰라서 물어요, 반대하고 싶어도 못해요, 미운털 박혀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정선군이 ‘국가정원’
(산림형 국가정원으로 방향수정) 사업을 중요한 과제로 밀어붙이는 만큼, 여기에 부정적인 여론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국가정원 추진으로 이익을 보는 업체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또 어떤 주민은 '반대 입장을 주장하면 스키협회로부터 회유당했느냐, 누가 반대하라고 부추기느냐' 등 엉뚱한 오해까지 받고 있으니 난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원주민 A 씨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작은 꿈을 키워 왔다. 국내외 참가 선수들은 물론 방문객들에게도 지역민으로서 최선을 다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남다른 각오로, 철거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 묵묵히 가게를 운영해 왔다. 더욱 서운한것은 올림픽을 위한  공사가 시작될 즈음 대소사에 물심양면으로 도우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철거가 시작되자 절망감을 숨길 수 없었다고 한다.

 

(사진: 철거 중인 현장)

 

“사실 저는 경기장이 들어설 때부터 철거를 시작하기까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어요.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들어진 경기장을 또 돈을 들여 철거한다면 누가 믿겠어요? 저는 철거하고 나서 국가정원이 들어서건, 거기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원주민에게 공청회나 마을 주민에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죠. 해줬더라면 개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대비했겠지요.”

 A 씨뿐 아니라 원주민은 경기장이 들어서면 마을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며 물품이든 뜨거운 차라도 대접하는 등 당시에는 원주민으로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게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철거 공사를 한다는 소식을 접한 원주민들의 마음은 허탈감을 넘어 철저히 배척당했음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설명회라도 가졌더라면 서운함이 덜했을 것이며, 마을 원주민 대부분은 철거 현장 소음을 듣고나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이에 대해 김낙곤 대책위원장은 “원주민을 철저히 투명인간 취급한 거 아닙니까?” 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장 시설에서 철거 과정에 이르기까지 주민은 늘 소외되어 밀려나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여전히 침묵해야만 했을까? ‘국가정원’이란 거대한 사업에 참여할 보이지 않는 이들로부터 침묵을 요구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 박수 안 쳐요?”

어쩌면 숙암 원주민들은 헬기가 도착한 그날 이후 철거와 존치와 관련한 양측 모두로부터 줄곧 같은 질문을 받아왔는지도 모른다.


“왜 박수치지 않느냐?”
“왜 토를 달려고 하느냐?”
“왜 조용히 있지 않느냐?”


이제는 그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왜 이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는지, 왜 이들의 목소리는 지워졌는지, 왜 이들은 아직도 이름 밝히기를 두려워하는지,


그 질문을 행정과 권력이 먼저 받아야 한다.


철거가 강행되고 있는 현장, 그동안  견디며 참아온 침묵은 더 큰 상처가  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깊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현수막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선군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이해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진:  철거 현장 입구에 설치된 대책위원회 현수막)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이 철거되면서, 수천억 원이 투입된 현장은 결국 고철로 전락해 트럭에 실려나가고 있다. 한때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됐던 그 현장이 이토록 쉽게 사라지는 모습은, 그 막대한 투자와 선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되묻게 한다.

 

 

(사진:가리왕산 철거작업에서 나온 동선을 실어 나가는 트럭)

전기동선 철거물은 공매 폐품 처리되어 25톤 트럭에 실려 나가는 구리 동선은 싯가 약 1억 5천만 원 상당이라고 한 주민은 귀뜸해 줬다.




 

 

2회 취재 예고


*
국가정원이 정선의 미래를 밝혀 줄 숙원사업이 될 수 있을까?

*대립과 갈등을 넘어 상생의 길을 찾아서

 

  국가 예산으로 만든 시설물은 행사 종료 뒤에도 공공자산으로서 보존과 활용 방안

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시설,철거보다 활용 가능성부터 검토 필요

  올림픽의 역사와 지역의 기억을 담은 상징 공간으로 만들어야

  관광·체육·걷기길 등 후속 활용 가치를 높여 아시아의 대표적 힐링 순례길 조성

  정선군, 산림청, 환경보호단체의 주장도 중요하지만, 대 국민의 정서를 담아야 하며

  모든 국민이 공유할 공공의 자산을 침해 말아야 

 

 

  •  본 기사는 주민과 정선군, 산림청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취재 하였으며 취재 과정에서 신분 밝히기를 거부한 주민의 경우 익명처리 하였고 개인의 검증되지 않은 의견이 있었다면 너른 양해를 구합니다.

  • 투데이스타 주필
    해덕 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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