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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 석탄문화제 이대로는 안된다
  • 편집국 사북특별취재팀
  • 등록 2022-07-19 16:42:52
  • 수정 2022-07-20 11: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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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석탄문화제 특별취재

*이 내용은 사북탄광 중심으로 취재한 내용임


 사북 석탄문화축제 이대로는 안된다


해발 650 고지 광부사택 



한국동란 이후 회복기를 거치면서 특히 생활용 연료가 부족해지자 땔감용 벌목이 심하다 보니 천지가 민둥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지만 이를 막아준 것은 연탄이다연탄은 코크스목탄 등에 탄화물을 배합해서 만든다잘 타기 위해서 구멍을 내는데 구멍수에 따라 구공탄십이공탄십구공탄이십공탄삼십이공탄심지어 사십오공탄도 있었다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이 십구공탄이며 현재까지도 십구공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연탄의 쇠락은 석유난로가 등장하고 프로판가스가스보일러 등이 등장하면서부터라고 하지만 아침뉴스 단골 연탄가스 중독사고 소식 등이 일조했다.

 

자료에 의하면 서울 연탄 사용가구수는 1986년 234만 가구였다고 한다. 88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했던 터라 연탄 사용 가구는 급감연탄배달업소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하지만 추억의 연료가 된 연탄은 사랑이라는 명찰을 달고 불우 이웃 가정 돕기 등 연탄 나누기를 통해 여전히 우리 주변에 머물고 있고 지금도 종로 국일관 뒷 골목길 연탄가스는 생선 굽는 냄새에 실려 골목길을 메우고 있다연탄불이 피어오를때 발생하는 연탄가스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화력이 올라오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잠시 뿜어대는 연탄가스 냄새는 연탄불 하나로 밥 짓고 국 끓이던 아련한 시절의 추억을 회상케 한다목적을 달성한 그 불은 겨울철에는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 훌륭한 난방기구 역할을 해준다

 

퇴근길연탄 가운데 구멍을 뚫고 나온 새끼줄에 꿰인 연탄을 손에 들고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어제 모습인 듯하지만 사북 탄광촌 일상을 표현한 연극 광부댁은 50년을 되돌리면서 때론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연극 <광부댁> 중에서

 

한국 연탄 공급지 사북에서 채탄작업을 하다 갱내에서 졸지에 목숨을 잃은 광부는 780명 여 명에 달하고 진폐로 목숨을 잃거나 고생하는 광부 수는 사망자 수 10배수에 해당한다지금도 진폐 환자는 탄광촌 곳곳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한다.


석탄광부들이 착용하던 각종도구와 장화


그동안 말없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착취로 피폐한 삶을 살았던 광부들에게 참을 수 없는 시련이 겹치기 시작한다연탄 사용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생활고는 더욱 심각해졌고 광부들을 대변해야 할 노동조합원 중 극히 일부 어용 노조원에 의해 공권력 투입을 마다하지 않자 광부들의 분노가 폭발하여 바리케이드를 설치이쪽과 저쪽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지고 최루탄으로 맞서자 걷잡을 수 없는 치안 공백으로 이어지면서 사북 사건이 터지게 되었다.

 


 사실 광부들의 일상은 노동환경의 극도로 열악함을 견뎌내고 있음이 오늘도 무사히라는 묵언의 기도에서 잘 나타나 있다. ‘몇 년만 더하고 여기를 떠나야지를 수도 없이 반복 맹세를 하며 살아왔는데 석탄산업의 합리화 정책으로 탄광지역이 급격하게 침체기로 접어들자 1995년 주민생존권 확보를 위한 지역 총궐기대회를 전개하면서 스스로 그 약속을 지키기 전에 사북사태로 인하여 광부와 가족들 모두에게는 엄청난 시련이 되고 말았다끝모를 투쟁은 1995년 역사적인 3.3 합의문이 발표되면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 속에 ㈜강원랜드를 설립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카지노가 고한 스몰카지노에 이어 사북에 들어서게 되었다광부들의 격렬한 항쟁에 맞선 공권력의 투입에 따른 양측 희생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했지만우리나라 노동환경 개선에 크게 이바지한 계기가 되었다산업 전사들의 희생과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상징이 돼버린 사북사태는 노동운동의 표상이 되었으며 정치와 문화에도 큰 영향을 줬다정치인이든 예술인이든 사북에 오면 성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김영삼 대통령노태우 대통령의 동원탄좌 650고지 연설사북이 모델이 된 KBS 젊은이의 양지에 출연한 배우들은(배용준전도연 등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기 때문에 생겨난 아이콘이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이하는 사북 축제는 굵직한 역사를 간직한 것에 비해 여전히 초라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축제의 꽃이랄 수 있는 희생자를 위한 추모제는 현장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노동환경이나 탄광촌은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면 감사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사북읍 땅 밑 2킬로미터는 지하갱도로 되어 있다그 속으로 들어가 노동했던 광부가 바로 ’ 였다고 생각하면 숨이 멎을 정도다오늘 삶이 내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에 막장 인생’ 이라는 말이 나온 곳도 이곳이다까마득한 지하갱도 선두(사키야마)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천만 속에서 작업을 한다갱내에서는 부모 형제보다 내 옆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지하 갱도 수직으로 2킬로미터 사방팔방 몇십 킬로 거미줄 같은 갱도 속으로 밖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기계가 멈춰도 안 되고 배터리가 소진되거나 고장 나면 공포심은 극에 달한다이러한 것들이 몸에 밴 광부들과 가족관계자들 사이에 미신 같은 것들이 하나둘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석탄광부들이 사용하는 장화, 해드렌턴, 뱃터리 가죽띠


 굴이 무너질 때 나는 소리가 마치 휘파람 소리를 닮았다 해서 갱내에서 휘파람은 금물이다남편이 출근하면 신발 방향을 방 쪽으로 놓고도시락은 주걱 담지 않는다는 것도 또한 간절하고 애절한 기도가 스며든 일종의 자기 암시가 되었다.

 



 한때 연탄불에 의지하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될까?

연탄 한 장으로 훈기가 온 집안에 가득한 고마움을 지금 젊은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안도현 시인의 연탄을 읽으면 부정맥 현상을 일으키듯 글을 접한 사람들의 심장에 작은 파문을 만들어낸다흔하디흔한 질경이처럼 이리저리 발에 채이고 밟히는 연탄재가 되기 전 연탄의 뜨거운 열기는 광부들과 광부 가족들의 열정과 노력을 말하는 것이며 연탄재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것은 희생과 고난을 참아내며 오직 열정으로 광부촌을 지켜온 그들의 과거를 오늘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으로도 알려진 갱도 입구.


카지노는 방문객을 기다리는 곳이다소비해야 하는 곳이다소비만 하게 한다면 언젠가는 브레이크가 작동할 것이다그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옛 번영을 뒤로 하고 함께 몰락할 뿐이다그것을 걱정한다면 사북석탄문화제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분명해진다.

 

사북사태는 왜 발생했고 강원랜드는 어떻게 태어났으며 그 입구 650고지 부근에 동원탄좌 상징물이 유령처럼 왜 버티고 서 있는가를 끊임없이 세상에 알려야 한다.

 

연극 광부댁 단원


사북석탄문화제는 이러한 사명 의식을 갖고 꾸준히 준비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최대 수혜자인 강원랜드와 정선군의 미미한 지원으로 점점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별취재를 통해 사북석탄문화제 규모를 살펴보면서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으로 ㈜ 강원랜드나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일순간 환희를 위해 하늘로 쏘아댄 불꽃 비용은 아깝지 않고 세계적인 문화유산 가치로 따져보아도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대 한국 사회의 한 모습을 재현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지금의 사북석탄문화제가 마치 골목 문화 수준으로 방치되고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따져보고 하루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북석탄문화제에 ㈜강원랜드의 무관심과 정선군의 무관심이 지속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유사 강원랜드가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다는 보도가 잊을 만하면 등장하고 있음이다이유야 어떻든 마음만 먹으면 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허가는 단박에 날 수도 있다.

예산 부족으로 형식만 갖춘 축제가 되고 있다


 강원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사회에서는 허가를 해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거의 절대적이다그러나 안되는 이유를 묻는 말에 명쾌한 답을 못하고 있다다른 곳에 유사 강원랜드가 설치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짐작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결정권자들이 허가하지 않도록 하려면 사북석탄문화제를 반드시 키워내야 한다사북석탄문화제는 탄광촌의 명암을 잘 드러내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폐광촌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카지노가 들어섰을 뿐이고 경제적 보탬이 된다고는 하지만 그 이면에 만들어지고 있는 나쁜 뉘앙스로 입는 피해는 고한사북 주민들이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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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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