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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극장 회복세와 구독자 감소,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 편집국
  • 등록 2022-10-07 08: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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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필요한 미국 극장 업계와 새로운 돌파구 필요한 넷플릭스

더딘 극장 회복세와 구독자 감소,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지난 9월 3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올해 미국 박스오피스 수익은 2019년 이맘때의 약 70% 수준이다. <탑건: 매버릭>, <미니언즈2> 등이 여름 극장가를 강타했지만 이후 10월까지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을 거라 예상했다. 올해 기대작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와 <아바타: 물의 길>은 각각 11월과 12월이 되어야 개봉할 예정이다. 극장의 더딘 회복세는 실질적인 경영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전역에 500개 이상의 극장을 소유한 씨네월드는 9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로 최근 챕터 11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씨네월드는 성명에서 “2021년 4월 재개장 이후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티켓 판매 수준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신작이 부족한 미국 극장가, “넷플릭스 영화 환영해” 


극장은 영화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8월 22일(현지 시간) 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올해 개봉하는 영화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36.5%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촬영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었고, 극장 개봉이 예정된 영화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디즈니의 마블 영화, 워너브라더스의 DC 영화, 파라마운트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간 규모나 독립영화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와 동시에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오리지널 영화가 극장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북미 극장 관계자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의 표현대로 할리우드에서 넷플릭스보다 더 많은 영화를 만드는 회사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지난 4월 열린 극장 산업 박람회 시네마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미극장소유주협회(NATO)의 존 피티안 회장은 극장 운영자들이 넷플릭스 영화를 극장에서 기꺼이 상영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신작의 극장 독점 개봉 기간을 두고 넷플릭스와 입장 차를 보이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그는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는 할리우드에서 누구보다도 영화와 TV를 잘 알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가 더 폭넓게 상영되는 것에 관해 우리의 문은 열려 있다. 넷플릭스 영화를 더 많이 상영하고 싶다”고 말하며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듯 그들도 영화를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박스오피스의 이점: 흥행 수익과 작품 인지도 

넷플릭스는 그동안 직접 제작한 영화를 미국 전역 극장에서 최소 45일간 독점 상영하는 극장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 영화 <그레이 맨>, <돈 룩 업>, <파워 오브 도그> 등을 일주일 정도 극장에서 상영했는데 이는 아카데미 같은 주요 시상식의 수상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나 마케팅 목적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한 해 통틀어 대략 30편의 영화를 제한적으로 상영한다. 무엇보다 미국 2대 극장 체인인 AMC와 씨네월드 그룹 소유 극장에선 오리지널 영화를 개봉한 적이 없다.

영화 <그레이 맨>


그런 넷플릭스가 극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 근거는 바로 극장 흥행 수익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구독자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어 부분 광고를 도입하고 이용자 간 암호 공유에 추가 요금을 매기는 등의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존 피티안 NATO 회장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에 극장 수익이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의 신임 최고 경영자인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최근 들어 신작을 극장에서 개봉하고 스트리밍 플랫폼이 이를 보완하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극장과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신작을 동시 개봉하는 2021년의 전략을 폐기한 것이다. 존 피티안 NATO 회장은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오리지널 영화를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리기 전, 극장에서 약간의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만약 그들이 극장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1년에서 1년 6개월간 우리는 팬데믹 전보다 더 강력한 개봉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한 발 더 나아가 넷플릭스가 팬데믹 이전부터 극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2018년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2019년 제91회 아카데미영화상 3개 부문을 수상하며 전 세계 평단으로부터 만장일치의 호평을 이끌어 낸 화제작으로 꼽힌다. 매체는 만약 넷플릭스가 이 영화를 좀 더 오랜 기간, 미국 전역을 포함해 독점 개봉했다면 2,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 추정했다. 인터넷 마케팅 연구 기업 컴스코어의 프랑스 총괄 매니저인 에릭 마르티는 “<로마>는 분명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영화 <로마>


작품의 인지도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서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을 고려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배급 전략을 비판해온 사람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만 공개된 신작은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처럼 지속적인 파급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매체는 벤 애플렉, 오스카 아이작, 찰리 허냄이 출연하고 1억 1,500만 달러가 투입된 2019년 블록버스터 영화 <트리플 프런티어>가 제작 규모에 비해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을 언급했다. 영화 컨설팅 회사인 프랜차이즈 엔터테인먼트 리서치의 데이비드 A. 그로스 대표는 “넷플릭스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들은 극장에서 상영되는 큰 영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많은 걸 시도했다”면서도 “그들이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 머무른다면 그들은 결코 극장 영화만큼의 입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리스 영화는 국경 없이 감상할 수 있지만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탑건: 매버릭> 같은 올해 흥행작을 떠올려볼 때, 이들 영화의 글로벌 인지도를 앞서는 넷플릭스 영화를 쉽게 떠올리긴 힘들다.마케팅·홍보 비


용과 홀드백이 부담으로 작용할까

이와 반대로 극장 독점 개봉이 넷플릭스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극장 개봉 일정을 소화하는 데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신작 개봉 일정에는 관객을 불러 모으기 위한 마케팅과 홍보 비용이 필요하며 극장들은 이 과정에서 충분한 인지도를 얻지 못한 작품들을 상영하고자 하지 않는다. 『버라이어티』는 <나이브스 아웃> 같은 규모 영화의 마케팅 비용이 약 3,000만 달러에서 3,500만 달러라고 언급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텐트폴의 경우 미국에서만 최소 5,0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오로지 극장 개봉만을 위해 이 비용을 투자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한 영화사 최고 경영자는 “넷플릭스는 관객들이 집에서 영화를 보도록 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넷플릭스는 미국 전역 개봉을 위한 마케팅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여기엔 터무니없이 많은 돈이 든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역시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을 앞두고 개별 작품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쓴 적이 거의 없으며, 자사 플랫폼 외의 공간에서 영화를 보도록 홍보하는 사업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영화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위),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제대로 된 마케팅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전국 극장에서 스크린을 확보하기 위해선 또 다른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애플은 마틴 스콜세지의 차기작인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을 극장에서 개봉하기 위해 파라마운트에 10%의 배급료를 지불한다. 데이비드 A. 그로스 프랜차이즈 엔터테인먼트 리서치 대표는 “미국 전역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배급하고 마케팅하는 과정은 엄청나게 비싸고 복잡하다”며 “버튼 하나를 눌러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을 배급하고 다음 영화를 찾아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홀드백에 대한 원칙을 포기하지 못할 거라는 의견도 있다. 넷플릭스가 칸국제영화제를 보이콧하게 된 주된 이유는 프랑스 정부의 완고한 상영 규칙 때문이다. 넷플릭스 영화는 프랑스에서 15개월간의 홀드백 기간을 거친 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고, 극장 상영부터 유료 TV, 스트리밍, 무료 방송 TV 등으로 넘어가기까지의 일정도 확고하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엠케이엠파트너스의 에릭 핸들러 미디어 분석가는 “넷플릭스와 대부분의 극장 사이에 여전히 극장 독점 개봉 기간과 관련해 생각에 큰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가 극장에서 흥행하지 못하는 상황도 넷플릭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봉 당시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개된 후에도 높은 조회 수를 기대하긴 힘들다.


정체성 강조하는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분기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순수한 스트리밍 사업으로서 우리는 전통적인 수익 흐름에 방해받지 않는다”며 “이는 곧 우리가 독점적인 또는 확장된 극장 창구 없이도 대형 영화를 넷플릭스로 바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오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몰아보기를 할 수 있단 걸 의미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을 11월 중 미국에서 제한적으로 극장 개봉하며 12월 23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전작이 크게 흥행한 만큼 극장 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넷플릭스는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를 미국에서 6주간, 멕시코에서 7주간 독점 상영하기로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라는 걸 생각하면 이례적으로 긴 기간이다. 

                                                         @투데이스타

기사제공 영화진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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