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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읍네 '풍년쌀상회' 를 털다
  • 편집국
  • 등록 2023-08-28 14:14:01
  • 수정 2023-09-02 07: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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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맛과 멋-  정선 편

    취재 투데이스타 이창주 주간



                                정선읍내 곡물가게 `풍년상회`를 털다


 장터로 향하는 시골 버스는 과적으로 힘에 겨워 내뿜는 푸르스름한 연기는 마치 연막소독차를 보는 듯하고 그다지 싫지 않은 휘발유 냄새는 시골 버스보다 먼저 바람을 타고 코끝에 와닿는다.  정선읍내 시골 장터 옆 차부에서 엔진소리가 멈추면 뭐가 그리 바쁜지 경쟁하듯 내리는 승객들, 장터는 분명 손님에게 물건을 파는 곳인데 버스에서 내린 승객 거반 짐 덩어리 몇 개를 손에 들고 머리에 이고 내린다. 장터에서 팔 소소한 자작 농산물이다. 시골 장터는 이내 살 사람과 팔 사람 간의 흥정 소리가 장터 분위기를 달군다. 가지고 온 농작물을 장터에서 팔고 그 돈으로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해 간다. 엄동설한 기간엔 장이 서지 않으므로 느지막한 가을 5일 장터는 그래서 더욱 분주하다. 꿀벌이 그렇듯 사람도 필요 물품을 비축이라도 하는 것일까?


지금부터 그리 멀지 않은 때 정선 장터 모습이 그랬다.



 지금은 옛 정선 장터의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그때 그 손님이 옛 추억을 잊지 못하고 찾아오리라는 아련한 기다림으로 문을 여는 가게가 있다면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도 아리랑 소리와 함께 시골 장터 인심은 길 안내자처럼 먼 곳으로부터 끊임없이 발걸음 하게 할 것이다.



 정선 5일장 초입에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운영되고 있는 ‘풍년쌀상회’ 앞을 지나면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이 절로 나오는 이유는 애초에 수지타산은 기대할 수 없음에도 노포 `풍년상회`를 운영하는 뜻깊은 사연이 있어서다. 기후 영향으로 가을 수확이 형편 없어도 여전히 단골손님으로 분주한 풍년쌀상회 2대 주인이 된 이금득 씨는 정선아리랑 소리꾼이기에 손님이 아리랑 가락을 읊조리기만 해도 풍년상회는 이내 미소와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풍년쌀상회 주인이 식사라도 하는 시간에 가게를 들르게 되면 입가를 닦으며 수줍은 듯 ‘좀 드세요’ 하며 수저를 건넨다. 권할 때 사양하지 않는 것도 예의인지라 금세 손님과 주인은 밥상머리에서 가족이 된다. 


정선 5일 장터에서 공연 중인 정선아리랑 이수자 이금득


 정선은 고산지대 특성상 곡물 재배지가 턱없이 부족하므로 농장주가 먹기에도 부족한 수확물을 어렵게 확보해서 외부인에게 `정선의 맛`을 알리고 싶은 심정으로 `풍년쌀상회`를 이어오고 있다. 주인 이금득 씨는 정선 장터 공연장에서 `정선 5일장` 공연뿐만 아니라 서울 등 외부로 나가 정선의 속살 문화를 알리는데 많은 수고를 해줬고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홍보 영상 제작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금득 씨가 직접 연출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홍보 영상


 올해로 반세기를 맞는 정선읍내 노포`풍년상회`는 1대 할머니에서 2대로 이어지는 사연도 특별했다. 1 대 할머니는 정선아리랑 이수자 이금득 씨에게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취하지 않겠다는 서약과 함께 풍년쌀상회 옛 모습을 바꾸지 말라는 언약을 한 것인데 종이 위에 손도장이라도 찍어야 하지만 옛 시절처럼 입으로 굳게 약속했다고 한다. 이금득 씨는 폼나는 카페를 포기하고 가성비가 낮은 이름하여 `싸전` -곡물가게-운영을 통해 정선읍내 옛 모습을 재현, 보존하고 싶었다는 평소의 생각이 서로 맞았기 때문이다. 



정선읍 내 상징물 하면 물레방아와 6백 년 수령의 거대한 뽕나무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유일하게 옛 구조물 그대로 길가에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는 그야말로 바이 더 웨이 `풍년쌀상회`다. 정선읍 내 옛 건물 대부분 구조물 변경으로 옛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정선 5일장 옛 모습도 볼 수 없지만 `풍년쌀상회` 구조물을 보면서 그 시절 풍광을 상상으로 그려 볼 뿐이다. 탄을 캐던 광부도 빈 산에 불을 지르던 화전민도 모두 정선을 떠난 지금, 정선 5일장을 구경하러 온 도시인에겐 `곡물가게`가 무슨 매력을 줄까마는 소리꾼 이금득 씨는 양은 작지만, 그때의 추억을 소환해서 곡물에 담아낸다. 그 심정을 아는 듯 필요 이상으로 이것저것 구매하는 손님이 대부분인데 집으로 가져가서 다 드실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옛 것을 지키려는 이금득 씨의 정성을 사가는 심정이랄까? 

정선아리랑 이수자 이금득 씨


 꾸미지 않은 나무판에 새겨진 가게 이름은 할머니에서 성품 고운 소리꾼에게로 넘어왔지만 `풍년쌀상회` 안에는 여러 모양의 용기에 담겨 있는 곡물, 특히 검정 고무신을 연상케 하는 모습의 함지박 속에는 시골서나 만날 수 있는 여러 곡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문 입구엔 언제 팔려갈지 모르는 철이 지난 마른 고추, 추수 기간엔 호박이라든지 어떤 할머니는 집 뒤뜰에서 자란 과일들을 수확해서 들고 나와 ‘풍년쌀상회’에 위탁판매도 한다. 병충해나 농약을 칠 겨를도 없이 자란 수확물들을 공급받아 취급하는 까닭에 풍년상회의 매물은 남다른 신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정선아리랑을 배우고 익히도록 배움을 준 내 고향에 보답하는 심정으로 정선의 속살문화를 세상에 알리려는 듯 마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잠시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



-한국의 맛과 멋- 

정선읍내 곡물가게 `풍년상회`를 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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