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친절한 프로그래머 4 - 박가언 프로그래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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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와 동유럽의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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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영화제를 앞두고 라인업이 공개되면 관객들의 시선은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나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라따뚜이>에서 말한 것처럼, 세상은 새로운 재능과 창조에 냉담하나 위대한 예술가는 언제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서유럽이 이끄는 세계 영화 주류 시장의 영화에 주목도가 쏠리기 쉬운 만큼, 자칫 놓치기 쉬운 중남미와 동유럽의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소개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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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중남미 영화는 해당 지역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없는 관객이라도 부담을 갖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 현실의 정치·경제적 문제나 역사·문화적 맥락보다는 영화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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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의 원흉을 찾아가는 형제의 여정을 로드무비의 형식에 담은 <하늘을 달려>(멕시코)는 칸영화제, 아카데미영화상을 통해 인정받은 기예르모 아리아가가 각본을 쓰고, 그의 두 자녀가 연출을 맡은 장편 데뷔작이다. 또 하나의 장편 데뷔작으로 <알레마니아>(아르헨티나)는 가족의 일원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을 때 나머지 구성원들이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을 통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비장애인에 포커스를 맞춘 성장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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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독보적으로 유니크한 서사 구조를 자랑하는 <비행자들>(아르헨티나)을 통해 자신의 예상이 배반당하는 재미를 느껴보자. 그리고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라는 경험의 소중함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시네필들은 <유령들의 초상>(브라질)을 보면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추억의 힘을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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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동유럽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제작 환경이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혼란한 사회가 한층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 예술을 꽃피워 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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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가의 마지막 수업>(불가리아)은 노인 빈곤, 보이스피싱, 이민자 등 익숙한 소재를 퍼즐처럼 잘 짜여진 스토리에 녹여내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서스펜스와 쇼킹한 반전까지 있어 관객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혼과 출생의 급감이라는 이슈가 대두되는 요즘 <블랙버드 블랙버드 블랙베리>(조지아)는 보수적인 가부장 사회에서 비혼 여성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욕망을 자각하는 과정을 미사여구나 치장 없이 날 것 그대로 그리고 있어 흥미로운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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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소외감과 해방감이 혼재하는 드라마는 자신이 속한 사회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혼이 갇힌 신체와도 평생 갈등하고 싸울 수밖에 없었던 트랜스젠더의 일대기를 그린 <우먼 오브>(폴란드)에서 극대화된다. 그리고 이처럼 각양각색의 이유로 소위 “사회적 정상 범주”를 벗어난 이들이 깊은 유대감을 쌓아가며 핏줄을 뛰어넘는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가족의 탄생>(북마케도니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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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에 개봉한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러시아)의 투자사는 2년 전 부산에서 영화를 보고 수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에서 소개된 작품들 또한 부산을 찾는 관객의 호응에 따라 다시 선보일 가능성이 열릴 수 있으나,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날 기회를 좀처럼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으며,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올해의 발견으로 꼽히는 것은 어떤 작품이 될지, 관객들의 다양하고 솔직한 평가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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