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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 박가언 프로그래머
  • 편집국
  • 등록 2023-09-14 17: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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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국제영화제 박가언 프로그래머가 전하는 '중남미와 동유럽의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

더 친절한 프로그래머 4 - 박가언 프로그래머  

중남미와 동유럽의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

매년 영화제를 앞두고 라인업이 공개되면 관객들의 시선은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나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라따뚜이>에서 말한 것처럼, 세상은 새로운 재능과 창조에 냉담하나 위대한 예술가는 언제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서유럽이 이끄는 세계 영화 주류 시장의 영화에 주목도가 쏠리기 쉬운 만큼, 자칫 놓치기 쉬운 중남미와 동유럽의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소개해 본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중남미 영화는 해당 지역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없는 관객이라도 부담을 갖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 현실의 정치·경제적 문제나 역사·문화적 맥락보다는 영화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의 원흉을 찾아가는 형제의 여정을 로드무비의 형식에 담은 <하늘을 달려>(멕시코)는 칸영화제, 아카데미영화상을 통해 인정받은 기예르모 아리아가가 각본을 쓰고, 그의 두 자녀가 연출을 맡은 장편 데뷔작이다.

또 하나의 장편 데뷔작으로 <알레마니아>(아르헨티나)는 가족의 일원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을 때 나머지 구성원들이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을 통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비장애인에 포커스를 맞춘 성장영화다.

<하늘을 달려>  

<알레마니아>  

한편,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독보적으로 유니크한 서사 구조를 자랑하는 <비행자들>(아르헨티나)을 통해 자신의 예상이 배반당하는 재미를 느껴보자. 그리고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라는 경험의 소중함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시네필들은 <유령들의 초상>(브라질)을 보면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추억의 힘을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비행자들>  

<유령들의 초상>  

2023년은 동유럽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제작 환경이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혼란한 사회가 한층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 예술을 꽃피워 낸 것이다.

<블라가의 마지막 수업>(불가리아)은 노인 빈곤, 보이스피싱, 이민자 등 익숙한 소재를 퍼즐처럼 잘 짜여진 스토리에 녹여내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서스펜스와 쇼킹한 반전까지 있어 관객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혼과 출생의 급감이라는 이슈가 대두되는 요즘 <블랙버드 블랙버드 블랙베리>(조지아)는 보수적인 가부장 사회에서 비혼 여성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욕망을 자각하는 과정을 미사여구나 치장 없이 날 것 그대로 그리고 있어 흥미로운 작품이다.

<블라가의 마지막 수업>  

<블랙버드 블랙버드 블랙베리>  

이 같은 소외감과 해방감이 혼재하는 드라마는 자신이 속한 사회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혼이 갇힌 신체와도 평생 갈등하고 싸울 수밖에 없었던 트랜스젠더의 일대기를 그린 <우먼 오브>(폴란드)에서 극대화된다. 그리고 이처럼 각양각색의 이유로 소위 “사회적 정상 범주”를 벗어난 이들이 깊은 유대감을 쌓아가며 핏줄을 뛰어넘는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가족의 탄생>(북마케도니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먼 오브>  

<가족의 탄생>  

최근 극장가에 개봉한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러시아)의 투자사는 2년 전 부산에서 영화를 보고 수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에서 소개된 작품들 또한 부산을 찾는 관객의 호응에 따라 다시 선보일 가능성이 열릴 수 있으나,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날 기회를 좀처럼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으며,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올해의 발견으로 꼽히는 것은 어떤 작품이 될지, 관객들의 다양하고 솔직한 평가를 기대해 본다.


기사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편집 투데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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